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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제대로 알기 ①] 한민족의 글자 '한자' "중국인이 만든 게 아니다."

by Dragon Massage(D.M.) 2024.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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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철 작가, 한국학연구소장

 

 

 

 

한자를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자는 중국 글자로, 일반적으로 알고 있지만 심도 있게 파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 한자의 주인을 아는 것은 여러 가지에서 의미가 있다. 글자문화의 출발지가 어디인가 근원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자는 어느 나라글자지요?” 

사람들에게 물으면, 

“중국글자입니다.” 

라고 대답한다. 

“한자가 중국 것인 이유는 무엇이지요?”

다시 묻는다. 

“중국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잖아요.”

너무나 당연하게 대답한다. 

“그러면 중국글자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물으면 대답을 하는 사람이 없다. 

 

중국 사람이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 글자이고, 중국인의 말과 일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자, 즉 한문은 중국 사람도 번역해서 적어야 한다. 한문을 소리 나는 대로 적는 문장이 아니고 누구나 할 것 없이 번역해서 다시 적어야 하는 뜻글자다. 

 

다시 사람들에게 묻는다. 

 

“한자는 중국 사람만 사용하나요?”

“음! 우리도 사용하네요. 아하, 일본 사람도 쓰네요.”

 

한자는 중국 사람의 것으로 인식되어 있어 단연히 중국의 글자이고 중국의 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자를 사용하는 나라가 중국만이 아니다. 한자는 동북아에 있는 나라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글자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본다. 

 

첫째, 한자는 동북아에 있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던 문자고, 현재에도 동북아에 있는 국가들이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글자다. 중국만의 글자가 아니라 동북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문자다.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과거에는 묘족이나 백족에서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근대에는 베트남에서도 사용했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세 나라는 한국ㆍ중국 ㆍ일본이다. 

 

한자는 많은 좋은 점을 가지고 있는 문자다. 100년이 지나도 의미가 변하지 않아 해석이 가능하고 글자마다 의미를 담고 있어 한 번에 의미를 전달하는데 탁월한 글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있는 그대로 적을 수 없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나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제자로 두었다’는 말을 한자로 적으려면 어려움이 따른다. 고유명사를 적기에도 어렵고 조사가 발달하지 못해 정확한 의사전달에 한계를 보인다. 거기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표현할 수 있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불편한 점이 많아 한중일 모두 한자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했다. 중국은 백화문을 사용하면서 한자의 불편함으로부터 벗어나려 했고, 다시 간자체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소리 나는 대로 쓸 수 있는 문자를 도입하고자 노력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가나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소리글자의 도입을 시도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신라시대에 이두를 사용하면서 소리글자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다가 결국 조선조 세종 때에 이르러서 훈민정음을 만들고 지금은 훈민정음을 일부 개량한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한중일, 세 나라 모두 뜻글자에서 소리글자로의 전환을 꾀했다. 불편한 한자로부터 자유를 얻으려 노력한 것은 같고, 마찬 가지로 소리글자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한자는 현 중국의 글자가 아니라 동북아에서 다 같이 사용하던 글자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둘째, 한자를 발음하는 것에서 보면 더욱 확연하게 한자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한자의 발음을 들여다본다. 한자는 한 글자는 하나의 발음 체계를 가지고 있다. 글자를 처음 만들 때 글자 하나를 두 개의 발음으로 만들 가능성은 적다. 그리고 더욱 명확한 것은 중국의 한자사전에서의 발음기호를 보면 증명이 된다. 

 

<<강희자전ㆍ康熙字典>>은 중국의 한자 사전이다. 청나라 강희제의 칙령에 의해 중국의 최초의 한자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의 <<설문해자ㆍ説文解字>>이후의 역대 사전을 모두 종합해 편찬했다. 지은이는 장옥서, 진정경 등 30명이 5년에 걸쳐 1716년에 완성했다. 모두 42권이고, 글자 수가 49000글자 남짓 된다. 

 

발음 원칙이 적혀있다. 발음기호는 한자 하나에 초성과 중성・종성을 표시해 발음할 것을 명시해 놓고 있다. 예를 들면 산이라는 글자가 있다고 하면 초성은 ‘ㅅ’이고, 중성은 ‘ㅏ’이며, 종성은 ‘ㄴ’이다. 우리말은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받침이 없는 초성과 중성으로 이루어진 글자도 있다. <<강희자전>>에 보면 산(山)의 발음은 사한절음(師閒切音)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산은 사(師)의 초성과 한(閒)의 중종성이 합해서 산으로 발음하게 되어있다. 중국발음은 시안이 합한 샨으로 발음한다. 한 글자를 더 본다. 꺼릴 휘(諱)는 허귀절음(許貴切音)일고 표시되어 있고, 초성 허許의‘ㅎ’, 중종성음(中終成音)은 귀(貴)의 ‘위’를 합하면 '휘'가 된다. 우리말로는 정확하게 딱 한 글자로 떨어진다. 중국인은 후에이(huei)로 발음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발음기호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다른 발음으로 발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한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정확하게 발음규칙에 따라 한 글자로 발음하지만, 중국인의 경우는 자신들의 발음기호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어떤 한자는 한 글자로, 어떤 한자는 두 발음으로, 심지어 한 글자를 세 음절로 발음해 중국인 스스로 만든 한자 사전에 적어놓은 발음규칙을 스스로 어기고 있다. 자신들이 만든 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한자 발음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다. 중국어는 종성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ㄴ, ㅇ 정도의 종성만을 사용한다. ㄹ이 있지만 단음으로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있다. 한자를 만든 삶과 사용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아 생긴 현상이다. 일본의 경우는 받침이 ㅇ 이외에는 어려워한다. ㄴ이 있지만 그것도 드물게 사용한다. 좀 더 예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우右 / 우구절于救切: 초성음 우于의 ‘ㅇ’, 중종 성음은 구救의 ‘우’ 합하면 우. 중국인은 '요우'로 발음

삭索 / 소각절蘇各切: 소蘇의 초성 'ㅅ'과 각各의 중종성 '악'을 합한 삭. 중국발음 수오, 사이,수 등 용도별로 발음

소素 / 桑故切: 상 桑의 초성과 고의 중종 성이 합한 소. 중국발음은 수.

철鐵 / 천결절天結切: 천天의 초성과 결結의 중종성이 합한 쳘. 중국발음 티에.

두豆 / 도후절徒候切: 도徒의 초성과 후의 중종성이 합한 두. 중국발음은 토우.

 

우리의 경우는 초성을 종성으로 사용해서 발음하기 때문에 발음이 다양하고 정확하다. 종선은 초성보다는 다양하지 않지만 ,ㄱ ㄴ ㄹ ㅁ ㅂ ㅅ ㅇ으로 종류가 많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ㆁ은 훈민정음을 만들고 초기에는 사용하다가 지금은 사라졌다. 

 

셋째, 한자의 뜻과 우리의 구강구조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는 상관없이 발음한다. 한자는 의미글자다. 의미를 그대로 담은 글자여서 한자의 의미와 현실발음에서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한자의 의미대로 발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호흡呼吸은 불 호呼와 들이킬 흡吸으로 만들어진 단어다. 입으로 호, 하고 불면 입이 열려 몸 안에 있던 바람이 나간다. 흡, 하면 밖의 공기를 안으로 들이키게 되면서 입이 닫히도록 된다. 중국 발음으로는 후시로 후, 하면 공기가 몸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우리와 일치되지만 시, 하면 마찬가지로 한자의 몸 안에 공기가 밖으로 나가야 한자가 가진 숨을 들이켠다는 의미와 배치된다. 흡吸의 발음은 안으로 공기를 들이켜야 하는데 마찬 가지로 입이 열린 상태에서 몸 안의 공기가 밖으로 나간다. 

 

이외에도 몇 가지 예를 들면 더 한자가 얼마나 의미를 담은 글자이고,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만들어진 글자인가를 알 수 있다. 강의할 때 종종 실험해 보곤 한다. 그러면서 한자가 가진 뜻글자로서의 정확함을 실험한다. 

 

“여러 분 ‘넓다’는 뜻의 ‘광廣’을 발음해 보세요.”

모두 '광'하면서 입이 벌어지는 것을 확인한다. 

“입이 어떻게 되지요?”

“입이 벌어집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좁다’는 의미를 가진 ‘협陜’을 발음해 보세요.” 

협, 하는 순간 입이 다물어진다. 좁은 것을 입이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입을 다물게 하는 모습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합집산 離合集散을 발음해 보겠습니다. 한자의 의미와 입의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離!”

헤어질 리離다. 입이 헤어진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헤어진다. 

“합合!”

합한다는 의미의 합合이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합해진다. 

“집集!”

모을 집集으로 입술이 모아진다. 

“산散!”

흩어질 산散으로 입술이 흩어진다. 

 

한자를 만들 때 표의문자로 의미를 가능한 한 담으려 한 것이 한자다. 입의 구강구조와 일치하게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의미를 다른 의미글자이기 때문이다. 한자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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