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양극성장애)가 일주기리듬 이상과 연관이 있다면,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또 증상을 가진 경우 봄에 많이 조증이 발병하는데, 이는 춘곤증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일까? 이상 예후에 따라 빛을 통한 예방도 가능한 게 아닐까?
봄에 조증과 자살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
어떤 생명체의 내적 일주기 리듬이 환경의 낮 밤의 변화에 리듬을 맞추지 못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빛은 가장 강력한 외적 요인이다. 아래 그림의 위상반응곡선(PRC)은 빛 노출 자극의 시점과 일주기리듬 위상 이동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곡선이다. '▼' 심부체온최저점을 전후로 일주기 리듬이 밀려지고 당겨지는 현상이 교차하는 교차점이 나타난다. 정상적인 경우 새벽 4시경이다. 빛이 Advances zone에 개입되면 일주기 리듬이 앞당겨지고, Delay zone에 들어가면 일주기 리듬이 늦춰진다. 실제 25시간 가까운 주기를 갖는 인간의 일주기 리듬은 아침에 빛 노출이 PRC의 advance zone에 후반부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매일 수십분씩 일주기 리듬이 앞당겨지게 되는 것이다. 주말동안 늦잠을 자고 빛 노출이 없으면 일주기리듬은 1시간 이상 뒤로 밀릴 수 있으며 이게 우리가 '월요병'을 호소하게 되는 원리다. 겨울동안 생체리듬이 늦춰졌다가 이른 봄에 일주기 리듬이 안 맞아서 컨디션 정상화가 어려움을 느끼는 '춘곤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기분삽화의 변화 역시 일주기리듬 위상 이동에 따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겨울 동안 우울증삽화로 정상인에 비해 현저히 일주기리듬이 많이 밀려진 상태(심부체온최저점이 일출시간 이후로 많이 밀려진 상태)에서 봄이 찾아오게 되면, 어느날 갑자기 아침 일찍 강한 빛에 노출될 때 빛이 PRC의 delay zone에 걸리게 되어 일주기리듬의 심한 지연이 갑자기 발생할 수 있게 된다. 기분의 심한 변동이 일어날 수 있고, 그 결과 자살과 조증 전환과 같은 일들이 생길 수 있다고 논문은 설명한다.
만일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면(일주기 변동이 없었다면) 우울증에서 조증으로의 변환은 없었다는 말이 될까? 촉발점이 계절이라는 환경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유전자에 의한 것인지...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안에 잠적해 있다가 환경변화에 따른 면역력 약화를 틈타 발병하는데, 양극성장애의 재발도 같은 기전일까?. 외부환경을 완벽히 제어하면 조울의 재발을 어느정도까지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 실험이 있다. 정상인 대상이다. 1000lux의 강한 빛 환경을 만들어 주어 야간에 실험군의 일주기 리듬을 지연시켜봤다. 기분장애의 취약성을 변별하기 위해 대조군을 두었다. 그 결과 유전자발현 리듬 지연은 모두에게 나타났다. 하지만 타액 내 코티솔 농도의 일주기리듬 위상 이동은 기분장애와 관련이 있는 대조군에서만 발생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일주기리듬의 위상 이동이 잘 생기는 특성이 기분삽화의 발생 취약성을 나타낼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논문의 저자는 일주기리듬의 심한 어긋남이 기분 장애의 병리적 기전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양극성장애(조울병)의 예후와 일주기 리듬
양극성장애의 장기적 예후와 일주기리듬 변동의 연관성을 살펴본 연구들이 있다. 일주기리듬의 급격한 변동이 첫 기분 삽화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3년간의 장기 전향적 추적 연구에서는 생체리듬의 social zeitgeber(사회적 요인)의 교란이 양극성장애의 첫 기분삽화의 발생을 예측한다는 보고다. social zeitgeber의 불규칙성으로 우울 및 조증, 경조증삽화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수면각성주기의 변동은 기분삽화를 촉발하는 위험인자다. 이러한 결과는 일주기리듬의 변동을 모니터링하면 양극성장애의 기분삽화 재발을 예측할 수 있으며, 양극성 장애에서 기분삽화의 예방을 위하여 일주기리듬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양극성장애 치료에 일주기리듬의 적용
일주기리듬을 개선시키는 방법들이 양극성 장애 치료에 있어 효과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 리튬은 생체시계 유전자 조절 물질인 GSK-3베타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멜라토닌은 양극성 장애에서 일주기 리듬 어긋남을 조절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제로 고려된다. 멜라토닌 수용체효현제인 agomelatine은 일주기 리듬을 앞당기고 기분 증상의 호전이 보고됐다.
광치료도 계절성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음이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어둠치료는 조증환자의 일주기리듬을 지연시켜 정상적 회복 상태로 회복시키는 치료로 그 효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불규칙한 생활이 수면 각성주기의 혼란을 일으키기 떄문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social zeitgeber의 안정화가 기분 증상의 호전을 가져오고 재발도 방지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AI를 활용해 일주기리듬과 관련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분석하여 치료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고 논문이 저자는 부연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