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가 학습한 지식과 세상에 관한 사실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억하고 인출해 낼 수 있느냐는 인생의 효율의 문제이기도 하다.우리 뇌에 지식들을 저장한 백과사전을 '의미기억'이라고 부른다.
머릿속의 모든 데이터는 의미기억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싶다면 의미기억의 생성은 물론 인출도 잘해야 한다. 오래 유지되는 의미기억은 대개 공부하고 노력하고 연습해야만 만들어진다. 뚜렷한 의도와 목표도 뒤따라야 한다. 뇌는 망각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특히나 의미없는 내용은 오래 남겨두지 않는다. 정보들을 뇌에 잡아놓으려면 암기를 해야할 것이고 곧 반복과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반복과 노력에도 특별히 효과적인 방법이 따로 있다.
벼락치기는 빠르게 휘발된다.
학습에서 주로 사용되는 의미기억은 보통 반복 경험들 통해 뇌에 서서히 각인된다. 만약 다음 주 시험을 앞두고 잇다면 어떨까? 학습한 내용을 오래 간직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시험을 위해 전날 벼락치기? 아니면 조금씩 나눠서 외우는게 좋을까?
같은 시간을 공부한다면 조금씩 나눠서 외우는 편이 벼락치기보다 유리하다. 기억의 간격효과(Spacing effect) 때문이다. 기억할 정보를 일정시간에 걸쳐 간격을 두고 외우면 그 내용이 해마에서 완전히 강화될 수 있는 기간이 확보된다. 자신이 잘 기억하고 있는지 검증해보게 되기 때문에 더욱 기억은 반복된다. 밤을 새워 잔뜩 욱여넣은 벼락치기 공부는 될 수 있는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당장 내일 아침 시험지에 잔뜩 쏟아내 점수를 얻기엔 유리할지 모르지만 다음 주, 혹은 다음 학기까지 내용이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잠을 이용하라.
굳이 짧은 시간내에 많은 양의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면, 중간에 잠깐 잘 시간을 확보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뭔가를 경험, 학습, 심지어 반복할 떄 활성화되었던 고유한 신경패턴은 자는 동안 다시 활성화된다. 이런 재활성화는 신경세포간의 연결을 더욱 용이하게 하고 연결패턴을 하나의 기억으로 단단히 접합한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를 기억해보면 전날 복잡하게 읽힌 정보들이 새로운 기억구조로 형성되 있는 것을 인지할 경우가 있다. 즉 수면 중에 기억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재활성화가 일어났는지는 잠에서 꺠어난 후 회상할 수 있는 기억의 양과 직결된다. 잠은 (의미)기억뿐 아니라 떨어진 집중력도 강화한다. 벼락치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공부 계획가운데 양질의 잠시간을 확보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묻고 답하라
의미를 둔 반복은 정보를 뇌에 강하게 심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무작정 반복에 의한 암기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따로 있다. 기억은 정보를 뇌에 강하게 심는 과정과 뇌에서 정보를 꺼내오는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즉, 뇌를 반복적으로 정보에 노출시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보를 인출하는 과정 역시 반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문답형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나 누군가를 통해 뇌에 기억한 것을 꺼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게 답을 맞히면 학습한 정보를 인출한 과정에서 신경세포 간에 형성된 경로가 한번 더 활성화되고 강화되기 떄문에 기억이 더 견고하게 자리 잡는다. 외우려는 내용을 반복해서 읽기만 한다면 정보를 수동적으로 인지하는 행위만 반복할 뿐, 정보를 꺼내오지는 못한다. 인출은 추가적인 기억의 강화 작업이다.
이와 관련한 실험이 있다. 외국어-원어 단어가 앞뒤고 적힌 카드를 놓고 이를 맞추는 실험에서 문답볍을 택한 그룹과 같은 시간 외우지 못한 단어를 계속 읽는 방식으로 학습한 그룹을 비교해 본 결과 자가 문답법을 택한 그룹이 단어 기억력이 두배 넘게 높았다.
의미를 부여하라.
정보를 기억하는데 있어 또 다른 유효한 방법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지루하거나 무의미한 것들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누구든 자신에게 의미있는 것을 잘 기억한다. 더 많은 정보를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면 해당 정보를 나에게 의미있는 것으로 바꿔주면 된다. 보통의 기억술이 이렇듯 무의미하고 무관한 정보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원리를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Reference : <기억의 뇌과학> -리사제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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