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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규정한 여성(性)의 ‘순결’과 ‘깨끗함’?…”매력없어!”

by Dragon Massage(D.M.) 2024.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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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스톤 열연, '기묘한' 그렇지만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영화

 

 영화 '가여운것들' 중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하나님’이라 칭해진 과학자 고드윈 백스터(월렘 대포)의 재창조된 인간 벨라 벡스터(엠마 스톤)가 벌이는 아이의 ‘뇌’를 지닌 ‘순수’한 육체인 한 인간의 세상 속 성장 드라마. 밸라는 한 권력가인 장군은 전 처였으나 자유를 향해 뛰쳐나와 자살을 시도, 고드윈에게 발견돼 임신 중이었던 아이의 뇌를 이식받아 다시 살아난다. 구속받는 게 몹시 싫었던 그녀는 의사 맥스(라마 유세프)와 결혼을 미룬 채 변호사 던컨(마크 러팔로)와 세계여행을 시작하면서 영화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시작된다.

 

사회가 규정해 놓은 여성의 ‘성’의 정체성과 개인의 선택의 전제인 ‘자유의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확증하는 시간이었다. 자본주의가 내우는 기준인 ‘돈’과 여기서 나오는 권력(주로 남성이 쥐고 있다) 그리고 ‘순결’이란 이름으로 ‘성’을 규정해 놓고 자유를 제한하는 닫힌 세상에서 ‘순수’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성장한 주인공은 ‘적어도 이정도는’하며 여성의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선택의 ‘정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주인공은 오감의 만족을 찾기 시작하면서, 하나남의 굴레(에덴)에서 벗어날 것을 선택한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막자 벨라는 마차에서 뛰쳐 나오면서 걸음이 시작된다. ‘자위’를 발견하면서 쾌락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사랑과 섹스에 자신이 있다는 던컨을 만나 동반 여행을 선택한다. 식사자리 예를 갖추라는 요구에 느낀 바 원하는 것을 서스름없이 말하는 대목에서 통제하려는 상대(던컨)만 속을 앓는다. 사실 마주앉은 상대나 함께 있던 다른 이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혹시 불쾌했다면 그건 자신의 선택. 천진난만하다고 웃어주고 편드는 모습이 더 많았다. 자칭 보호자이자 반려자인 던컨만의 체면을 위한 선택은 벨라에겐 무의미했다.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고 으스대던 남자의 무기는 ‘당장의 필요자금’과 ‘성적 만족’ 두 가지였던 것 같다. 벨라는 이 둘에 이내 싫증을 느끼고 만다. 거대 유람선에서 새롭게 만난 한 귀부인과 동행자 흑인남자는 책을 통해 '지적인 만족'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배 밖 살육이 일어나는 지옥과 같은 현실의 어려움과 잔혹한 현장을 보여줘, ‘동정’과 ‘연민’의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벨라의 진정한 감정을 끌어내 준다. 이때 그녀는 운다.

 

 엠마스톤이 주인공 벨라 벡스터를 열연했다. 

 

던컨이 도박으로 번 돈을 모두 선원에게 전달해 버린 벨라는 파리로 가 직접 돈을 벌어보기로 한다. 매춘굴에 들어가 종교나 남성들이 규정해 놓은 ‘순결’이라는 것이 사실 그들을 위한 것이고, 변태적 성교가 난무하는 바닥을 경험하면서 여성의 ‘성’이란 것은 존중 받아야 할 ‘무엇’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구로 인식될 수 있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소유주 관리의 차원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이를 두고 ‘불결하다’고 불평하던 던컨은 ‘사랑한다’며 결국 자존심을 걸고 돌아와 애걸하게 된다. 하자만 그의 시도는 ‘매력없다’며 눈을 돌리는 그녀의 주관 앞에 힘을 잃는다.

 

시각과 가치관이 바뀌면 ‘돈’이나 ‘성적 매력’ 역시 무의미하다는 듯한 메시지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유의지가 주는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 이후 만나게 되는 과거 전남편 장군(권력자) 역시 그녀가 매춘굴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듣고 고용한 의사에게 성을 지워버리려는 시도를 한다. 결국 벨라의 용기에 총알은 자신에게 박히지만.

 

사실 더러운 것을 지적하는 사람이거나 깨끗한 것을 추구하는 사람치고 정작 자신이 깨끗한 사람은 ‘거의없다’’라는 기자의 생각에 손바닥을 명쾌히 마주치는 시간이었다. 부연하자만 순결과 깔끔함은 추구하면 좋은 것이지만, 자신이면 족하다. 깨끗하길 원하면 자신이 씼으면 된다.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욕망이 모든 죄의 근원이라는 구절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남의 더러움을 치우겠다고 바꾸고 통제하고, 솔찬한 자신의 만족을 위해 남의 자유를 지적하고 재단하려는 모습들이 우리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지 않나? 기자로써 영화는 내게 그렇게 해석됐다. 자본의 세상에 굳이 고루한 사회주의까지 가지 않아도... 

 

영화 <가여운것들>은 작년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여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바 있다.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코미디/뮤지컬 부문 작품상,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작품이다. 감독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스코틀랜드 작가 앨러스데이 그레이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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